미래 사회를 만들어갈 청년들은 오늘의 사회문제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라이프인은 한양대학교 수업을 통해 학생들이 직접 취재하고 고민한 결과물 가운데, 사회문제의 구조와 대안을 탐색한 기사 세 편을 소개한다. 현장을 직접 보고 듣고 기록한 이번 기사는 청년의 시선으로 사회문제를 해석하고, 변화의 가능성을 질문한다. [편집자 주]
급식카드를 꺼내는 순간 느껴지는 시선과 망설임. 김하연 대표는 이 장면에서 결식 문제의 본질을 보았다고 말한다. 나눔비타민이 운영하는 '나비얌'은 이러한 경험에서 출발해, 실물 급식카드 대신 모바일 인증과 QR 결제를 활용한 디지털 식사권 플랫폼이다. 아이들이 계산대에서 급식카드를 드러내지 않아도 식사할 수 있도록 설계된 이 시스템은, 결식 문제를 '지원의 부족'이 아니라 '연결되지 않는 전달 구조'의 문제로 다시 바라보게 만든다. 나비얌이 왜 이러한 방식을 택했는지, 그 설계의 배경과 의미를 듣기 위해 김하연 대표와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초창기에는 '지원이 더 필요하다'에 집중했다면, 지금은 '어떤 구조가 문제를 가장 정확히 해결하는가'를 중심으로 생각한다"는 김 대표는, 나비얌을 운영하며 문제를 바라보는 기준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기업·지자체·가게가 하나의 데이터 흐름 안에서 움직이는 방식을 구축한 뒤, 현재는 서비스를 넘어서 '사회공헌이 어떻게 작동해야 하는가'를 시스템 단위에서 재설계하는 일에 집중하고 있다. 그러면서 요즘의 고민은 "더 크게 확장해도 흔들리지 않는 구조를 어떻게 만들까?"라고 전했다.
나비얌은 대통령상, Forbes 30 Under 30 Asia 등 여러 상을 받았지만, 김 대표는 수상의 의미를 담담하게 정리했다. "대통령상은 기술로 사회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이 공적 영역에서 인정받았다는 뜻이었고, Forbes는 국제적으로도 통할 수 있다"는 신호처럼 느껴졌다고 한다. 하지만 어떤 상보다 중요한 건 "실제 현장에서 시스템이 계속 사용되고 있다는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AI 시스템에 대해 김 대표는 '누가 더 필요하냐'를 판단하는 도구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그녀는 나비얌의 AI를 "사람을 점수화하는 기계가 아니라 '배분 엔진'에 가깝다"고 정의했다. 기본적인 결식 우려 여부뿐 아니라, 지역 접근성, 이용 패턴, 잔여 예산 흐름 등을 분석해 필요한 사람이 필요한 때에 흐름이 끊기지 않도록 설계했다는 설명이다. "우리 AI는 '누가 더 필요하냐'를 판단하는 도구가 아니라, 도움이 실질적으로 닿도록 흐름을 자동으로 유지하는 구조"라며, 'AI 영양사' 기능을 통해 아이들의 식습관 및 건강 데이터를 기반으로 추천 메뉴와 지원 시점을 조정해 사각지대를 줄이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는 점도 전했다.
기부·복지 시스템에서 자주 거론되는 투명성과 개인정보 보호의 충돌에 대해서도 김 대표는 이를 '선택의 문제'가 아닌 '설계의 문제'라고 봤다. "우리는 개인정보는 모두 비식별화하고, 결제·지원 데이터는 집계 단위로만 공개한다. 기업은 '얼마가 어디에서 쓰였는지'는 볼 수 있지만 '누가 썼는지'는 절대 알 수 없다"라며, 서버 분리와 암호화 저장 등을 통해 보호와 투명성을 동시에 확보하는 구조를 구축했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나비얌을 '식권 플랫폼'으로만 보는 시선에 대해서도 다른 관점을 제시했다. "결식 문제는 단순히 식사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지원이 연결되지 않는 구조적 단절에서 비롯된다. 우리는 전달 구조를 빠르고 정확하게 만들어 아이들의 일상적 리스크를 줄이고, 빈곤의 대물림을 약화시키는 기반을 만들고자 한다"고 설명하고, 나비얌이 '한 끼'의 지원을 넘어 삶의 안전 리듬을 회복시키는 시스템에 가깝다고 말했다.
기업 협업이 빠르게 확대된 이유를 묻자 김 대표는 "기부를 돕는 업체가 아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나비얌은 기업에 동일한 참여 방식을 요구하지 않고, 각 기업의 서비스·브랜드 특성에 맞춰 사회공헌 구조를 함께 설계한다. 기부-지급-사용-정산의 모든 데이터가 실시간으로 남기 때문에 "기업의 선한 영향력이 느낌이 아니라 측정 가능한 결과가 된다"고 강조했다.
ESG와 결식 지원을 연결한 이유에 대해서는 "기업 ESG는 성과 측정이 어렵고, 결식 문제는 전달 과정이 느리다. 두 문제를 연결하면 기업은 명확한 사회적 임팩트를 만들고, 아이들은 더 빠른 지원을 받을 수 있다"며 현장에서 속도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앞으로 협업하고 싶은 기업에 대해서도 김 대표는 '선한 행동이 콘텐츠가 될 수 있는 곳'을 꼽았다. "브랜드 메시지에 자연스럽게 사회공헌이 녹아드는 기업, 좋은 행동을 콘텐츠로 만들 수 있는 기업과 협업하고 싶다"는 나비얌은 △메가박스 영화권 △메가스터디 수강권 등 다양한 형태의 협업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김 대표는 나비얌이 만들고 싶은 미래를 "가장 현실적인 구조를 만드는 일"이라고 표현했다. "우리가 만들고 싶은 미래는 거창한 것이 아니다. 누군가의 선의가 헛되지 않고, 누군가의 필요가 뒤로 밀리지 않는 사회, 기술은 그걸 가능하게 하는 가장 현실적인 도구"라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