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대구 한국가스공사 농구장에 등장한 ‘다회용기’···반응은?

한국가스공사 사회공헌사업 일환으로 시작된 '모두의 용기'
구단도, 관중도, 판매자도 "긍정적"... 쓰레기 저감에도 실제 효과
지자체 의지도 중요... 경기도에선 지자체가 주도적

09:02
Voiced by Amazon Polly

농구경기 시작을 앞두고, 농구팬들은 경기장 입구에 있는 푸드트럭에서 음식을 받았다. 여느 경기장과 다를바 없는 풍경이지만, 다른 점도 있다. 푸드트럭에서 전달되는 음식이 일회용품이 아닌 다회용기에 담겨진 점이다. 푸드트럭 옆에는 다회용기 수거함도 놓였다. 컵과 포크, 그릇 용기함에 내용물들이 차곡차곡 정리되어 있다. 27일 대구 한국가스공사와 서울 SK의 프로농구 경기를 앞둔 대구체육관 풍경이다.

▲ 27일 대구 한국가스공사와 서울 SK의 프로농구 경기가 있는 대구 북구 실내체육관을 찾았다. 농구경기 관람을 위해 하나 둘 도착한 농구팬들은 경기장 입구에 있는 푸드트럭에서 주문을 하고 음식을 받았다. 닭꼬치·다코야끼는 일회용품이 아닌 다회용기에 각각 담겨져 건네졌다.

가족 단위로 온 관람객들 중에는 아이들에게 직접 다회용기 취지를 설명하고, 반납을 하도록 하는 보호자들도 있었다. 이날 다회용기 반납함 부스에선 뽑기 이벤트도 이뤄졌는데, 다회용기를 들고오는 아이들도 더 적극적인 모습이었다. 성동현 소셜픽션협동조합 이사는 “아이가 ‘이거 왜 쓰는 거냐’고 부모님에게 물어보면 일회용품 쓰는 것보다 쓰레기를 더 줄일 수 있다고 이렇게 설명해주시는 부모님들을 많이 본다. 또 아이에게 직접 반납할 수 있게 한다거나 하면서 교육도 하고 그러더라”고 설명했다.

다회용기는 소셜픽션 협동조합에서 운영하는 ‘모두의 용기’에서 공급하고 있다. 2022년 9월 한국가스공사 사회공헌사업 ‘다회용기 활성화 사업’을 통해 다회용기 브랜드 개발, 용기 제작 비용 등을 지원 받았다. 농구장에는 주말 경기를 기준으로 평균 2,000명 정도의 관람객이 방문한다. 푸드트럭에 비치되는 포크와 그릇 등은 700개다.

‘모두의 용기’는 2023년 대구 그린라이프 페스타, 경주 신화문화제, 2024년 대구 치맥페스티벌 등 축제에서 다회용기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했다. 대구사회적경제적지원센터, 대구광역자활센터 등과도 MOU를 체결했다. 자활센터를 중심으로 세척장이 운영돼 취약계층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하고 있다. 현재 대구에는 북구, 수성구, 달서구, 달성군 4곳의 세척장이 있다.

▲ 27일 대구 한국가스공사와 서울 SK의 프로농구 경기가 있는 대구 북구 실내체육관을 찾았다. 가족 단위로 온 관람객들 중에는 아이들에게 직접 다회용기 취지를 설명하고, 반납을 하게하는 보호자들도 있었다.

다회용기 사용이 쓰레기 저감에 기여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대구체육관을 관리하는 대구시 도시관리본부 체육시설관리부 시설과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해 같은 기간(10월~12월)에 비해 2톤 가량 폐기물이 줄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 홈경기 13경기에서 올해 15경기로 늘었고, 관중 수도 3만 2,523명에서 3만 5,926명으로 더 늘었는데 오히려 쓰레기 배출량은 줄어든 것이다.

실제 눈에 보이는 쓰레기가 줄어들었을 정도로 쓰레기 저감 상황이 체감된다고 한다. 성 이사는 “경기장 미화 업무를 하시는 분들도 다회용기 도입 이후 15% 정도 쓰레기가 줄어든 것 같다고 하더라”면서 “일회용품은 아무래도 쓰레기를 더 쉽게 버릴 수 있는데, 다회용기는 대부분 회수되니까 눈에 보이는 쓰레기도 줄어드는 것 같다. 그래서 경기장이 한결 깨끗하게 관리되는 것 같다는 피드백도 들어온다”고 말했다.

한국가스공사 구단 측도 사업 효과가 기대 이상이라는 평가를 하고 있다. 한국가스공사는 농구단 중 유일한 공공기관인데다, ESG(환경 Environment, 사회 Social, 지배구조 Governance 요소를 통합한 지속가능성 평가 기준) 가치가 중요한 부분이었기 때문이다.

정이인 한국가스공사 프로농구단 사무국장은 “내부에 매점이 없다보니까 관중 편의성 차원에서 푸드트럭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 다중스포츠시설에서는 쓰레기 문제가 신경쓸 수밖에 없다. 환경 이슈가 최근 많은 관심을 받고있기도 하고, 괜찮은 제안도 주셔서 저희가 처음으로 도입하게 됐다”고 말했다.

정 국장은 “누적 이용자들을 보면 경기장을 찾는 관중 3, 4명 중 1명은 다회용기를 이용하셨을 것 같다. 이용자들이 불편해 하면 장기적으로는 사용 여부에 대해 고민스러울 수 있는데, 반응도 좋은 것 같다”며 “농구장이 규모가 크지 않고, 동선도 복잡하지 않아서 그런지 다회용기 회수율도 예상보다 더 높다. 운영하는 입장에서도 어려움은 없다”고 설명했다.

관람객, 상인 반응도 긍정적
다회용기 확산 위해선 관계기관 의지 중요

정 국장의 말처럼 이용자와 판매자 역시 다회용기 경험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다른 구단과 스포츠에서도 더 적극적으로 확대 필요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한국가스공사 농구단을 응원하기 위해 대전에서 온 송보경(27) 씨는 “다른 스포츠시설에선 아직 별로 못 본 거 같다. 여기서 처음 접해본다. 일회용품을 쓰는 것 보다는 쓰레기를 줄일 수 있으니까 좋은 거 같다”고 말했다.

송 씨를 따라 이날 처음 농구장을 찾은 이진(29) 씨는 “저는 대전 야구장에서 다회용기를 이용해서 경기장 내에서 취식했던 경험이 있다. 다회용기를 쓰는 것은 좋은데, 일부에서만 쓰다 보니까 관리가 잘 안 되는 부분도 있었다”면서 “일부만 할 게 아니라 전체적으로 도입해서 잘 관리할 수 있도록 더 신경쓰면 좋겠다고 느꼈다”고 했다.

▲ 27일 대구 한국가스공사와 서울 SK의 프로농구 경기를 보러온 한 관중이 타코야끼가 담긴 다회용기 그릇을 들고 있다.

농구장 앞에서 닭꼬치 푸드트럭을 운영하는 김법민(43) 씨도 다회용기 사용을 긍정적으로 생각했다. 일회용품을 주로 사용했을 때는 트럭 주변에 쓰레기통을 비치하고, 쓰레기 관리에도 적지않은 신경을 써야했다. 다회용기로 바꾸고 나선 신경써야할 쓰레기 양이 줄어들었고, 트럭 주변은 더 깨끗해졌다. 물론 그릇 1개당 세척비를 부담하고 있지만, 이 또한 일회용기 가격과 비교했을 때 나쁘지 않았다.

김 씨는 “손님들은 다회용기 이용에 크게 거부감이 없었고, 예전에는 쓰레기가 많이 나오니까 쓰레기 정리와 처리에 신경을 더 써야했다. 지금은 다회용기 부스가 따로 있으니까, 푸드트럭 주변이 깔끔하게 관리되고 있다”면서 “판매하는 음식 특성이나 일회용품 용기에 따라 가격은 다르겠지만, 세척비도 일회용품 용기 비용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저렴한 편”이라고 덧붙였다.

다회용기 서비스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구단과 지자체·공공기관의 의지가 따라야 한다. 경기도에선 지자체 차원에서 주도적으로 실내 스포츠경기에서 다회용기 서비스를 도입하는 분위기다. 현재 ▲수원KT 소닉붐 ▲용인 삼성생명 블루밍스 ▲수원 한국전력 빅스톰 ▲수원 현대건설 힐스테이트 ▲화성 IBK기업은행 알토스 ▲고양 소노카이거너스 ▲안양 정관장 레드부스터스 ▲부천 하나은행 ▲의정부 KB손해보험 스타즈 등 프로농구·프로배구 구단 9곳에서 도입을 시작했다.

다회용기 서비스 ‘잇그린’에 따르면, 10월부터 두 달 간 도내 실내 프로스포츠 경기장에서 총 6만여 개의 다회용기가 사용됐고, 폐기물 1,923kg을 감축하는 효과가 있었다. 김나경 잇그린 담당자는 “경기도가 도민 생활 속 친환경 문화 확산과 다중이용시설 내 일회용품 사용을 저감하기 위해 관련 사업이 추진됐고, 다회용기 대여 비용은 경기도에서 부담하고 있다”면서 “구단별로 용기 반납률이 빠르게 안정화되고 있고, 스포츠 팬들 사이에서도 환경적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장은미 기자
jem@newsmin.co.kr